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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기아의 진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by 언덕에서 2015. 8. 7.

 

기아의 진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934년 스위스 툰에서 태어난 장 지글러1는 실증적인 사회학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인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저명한 기아문제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아들과 아버지 간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그는 세계의 식량 분배 사정을 악화시키는 다국적 기업과 부패한 정부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장 지글러는 우리 시대의 불쾌한 진실을 주저 없이 도마 위에 올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며, 2000년부터 2008년에 걸쳐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그의 열정과 세계의 기아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나온 결과가 이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2는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이 3분에 1명꼴이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다. 기아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2000년 이후 1,2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불합리하고 살인적인 세계질서는 어떠한 사정에서 기인하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곡물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거꾸로 다른 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가 먹는 곡물조차 먹지못해 영양실조로 굶어죽고 있다.

 세계시장에 비축된 식량의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 남반구에서는 식량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농산물 가격을 높이기 위해 유럽 등 선진국의 농업담당 집행위원회가 하는 일을 살펴보자. 세계의 주요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는 시카고 곡물거래소는 몇몇 금융자본가들, 앙드레 S.A.(스위스), 켄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내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하거나, 법률이나 그 밖의 조치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정규 수업시간에 전쟁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기아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기아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수업 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얼마전 어느 포털 사이트에서 한비야 씨가 네티즌들에게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량생산을 늘여 굶주림을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아에 대한 인식인 것이다.

 2000년 기준으로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 인구의 15%에도 못 미치지만 기아 인구의 25퍼센트 이상이 아프리카에 집중되어있다. 197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만 43차례의 전쟁이 벌어졌고, 이들 전쟁은 더욱 심각한 기아를 초래했다. 전쟁의 이유는 복잡하지만 인종간의 갈등, 다이아몬드나 금, 석유와 같은 토착자본을 독점하고픈 욕망 등이다. 때로는 국제적인 금융그룹이나 국제기업 등의 외부세력이 개입해서 은밀히 그 지역의 군벌에게 무기를 대주거나, 용병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주기도 한다. 이러한 전쟁의 희생양은 아프리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량한 농민들이다.

 

 

 

북한지역의 길바닥에서 죽은 아사자 모습.  자료출처 : Channel  A

 

 북한의 상황은 표현하기에 너무도 절망적이다.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를 둔 세습독재자가 다스렸던 이 나라에서는 1995년에서 2000년 사이에 200만 명이상이 굶어죽었다. 1990년도에 비해 곡물의 수확은 늘었다지만, 취약한 토지소유 구조, 비료와 농기구의 부족, 만성적인 에너지 위기로 인해 곡물생산량이 최저 생계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같은 동족인 남한의 좌파성향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언급조차 꺼려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80만 톤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수확량이 인구의 최저 생계선을 15퍼센트쯤 밑돌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유니세프와 FAO는 북한 아동의 영양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5세 미만 아동의 37퍼센트가 심각한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수유모의 30퍼센트가 영양실조로 빈혈증세를 보여 아이들에게 모유를 줄 수 없는 형편이다.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문제를 놓고 본다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이 공약을 내건 아옌데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 문제에 가장 곤란을 느꼈던 것이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인 네슬레였다. 커피와 우유를 주품목으로 하는 네슬레에게 칠레 정부가 분유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칠레에서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경우에는 그들의 이익에 큰 차질이 오는 것이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좌절된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테는 미국의 C.I.A와 합작한 반대파 군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리고 이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장 지글러는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 소는 배불리 먹고 사람은 굶는 현실, 사막화와 삼림파괴의 영향,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의 영향. 특히 불평등을 가중시키는 금융과두지배 등을 중심으로 기아의 참상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의 생사를 가르는 상황들이 얼마나 정치, 경제 질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세계의 부는 누구의 손에서 어떤 식으로 재편되는가를 다룬 저자의 타 저서 <탐욕의 시대>도 권하고 싶다.

 

 

 

 

 

 

 

  1. Jean Ziegler 1934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장 지글러는 제네바 대학과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현재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국제법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실증적인 사회학자다.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를 발표한 뒤 의원 면책 특권을 박탈당하고 조국의 배신자라고 비난받았으며, 연이은 고소, 고발은 물론 목숨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진실을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모든 것을 견뎌냈다. 대표작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탐욕의 시대』『빼앗긴 대지의 꿈』『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등이 있다. [본문으로]
  2. UN 전문기구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의 식량과 농산물 생산 및 분배 증진, 개발도상국 농민의 생활 개선 등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FAO는 1979년부터 매년 10월 16일을 ‘세계식량의 날’로 제정하여 이를 기념하고 있다. UN은 1943년 식량농업을 위한 유엔임시위원회를 설립하고 FAO 헌장을 제정하였으며, 1945년 34개 서명국이 FAO 제1차 총회를 개최하였고, 1946년 제2차 총회에서 유엔과의 제휴협정을 채택함으로써 FAO는 최초의 UN상설전문기구로 등장하게 되었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 총회는 격년마다 개최하며, 우리나라는 1949년 가입하였다.설립목적은 모든 국민의 영양상태 및 생활수준의 향상, 식량(농산물)의 생산 및 분배능률 증진, 농민의 생활상태의 개선, 세계 경제발전의 기여이다. 주요기능은 다음과 같다.ㆍ영양상태, 식량 및 농업(임업, 수산업 포함)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판단과 보급ㆍ영양, 식량 및 농업에 관한 과학적,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연구ㆍ농산물 상품협정에 관한 국제정책의 채택ㆍ각국 정부가 요청하는 기술원조의 제공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유엔식량농업기구 [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본문으로]